바이에른 뮌헨/19-20

19/20 바이에른 뮌헨 유스 이야기

체너 2020. 6. 26. 20:07

 

 

19/20 시즌 바이에른 뮌헨 2군팀은 현재 2군 역사상 최고 성적인 3부리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스 시설 및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던 바이언 보드진으로서는 첫 성과로서 나름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 유스 이야기를 대충 끄적여보려고 한다. 1군 경기와는 달리 전 경기를 다 챙겨보진 못해서 말 그대로 적당히 느낌을 나열할 뿐이지만.

 

1. 골키퍼

왼쪽부터 론토르벤 호프만 / 크리스티안 프뤼휘틀

 

골키퍼는 냉정하게 말해서 둘 다 1군에 올라오긴 어려울 것이다. 아직 노이어가 건재한데다 96년생인 알렉산더 뉘벨의 합류가 확정된 상태라 저 둘이 동시에 부진에 빠지지 않는 이상 유스가 그 자리를 메울 일은 없을테니.

 

게다가 두 유스 모두 킥력에서 아쉬움을 크게 보여주는데 골키퍼의 발밑은 왠만해선 좋아지기 힘들기 때문에 노이어에 익숙해진 바이에른 뮌헨의 골문 앞을 차지하는 날이 올 거 같진 않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충분히 유럽 1부리그에서 뛸 자질은 있다고 생각한다.

프뤼휘틀은 이미 이적설이 나오고 있으니 먼저 떠날테고, 호프만도 별일이 없다면 2군에서 주전을 차지하다 시간이 되면 다른 팀을 찾아 떠나게 될 듯.

 

2. 수비수

왼쪽부터 데릭 쾬 / 크리스 리차즈 / 루카스 마이 / 메르트 일마즈

 

수비수는 이 넷 외에도 센크바일이나 스타니시치 등의 선수들이 있지만 가장 기대가 높은 건 이 넷이다. 다만 이 선수들 역시 1군에서 얼굴을 오래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데릭 쾬은 이미 에레디비시 소속팀인 빌럼으로 이적이 확정된 상태고 나머지는 아직 소식이 없지만 결국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왼쪽 풀백인 은 등번호나 외형에서 알라바를 떠올리게 하지만 스타일은 마르셀루에 가깝다.
매우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직접 돌파를 시도하며, 킥력도 준수해 직접 프리킥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풀백 치고는 지나치게 볼을 끄는 성향이 있고 수비 위치선정이 불안하다는 점이 너무나도 큰 단점이다.

 

센터백인 리차즈는 오른쪽 풀백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괜찮은 편이고, 빌드업이나 볼 터치가 어린 나이치고는 안정적이며 나와서 끊어주는 플레이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피지컬이 부족해 몸싸움에서 밀리면서도 그걸 커버할 정도의 주력은 또 아닌지라 경합 시 문제가 터질 때가 잦다.

 

또 다른 센터백 마이는 이미 수 차례 1군에 불려가 뛴 적이 있을 정도로 피지컬적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며 좌우로 벌려주는 패스도 제법 훌륭하다.

다만 볼터치가 투박하고 큰 체격답게 매우 둔한 타입이라 드리블러를 상대할 때나 배후 공간침투를 대응할 때의 반응이 좋지 못하다.

 

오른쪽 풀백인 일마즈는 드리블이 살짝 첨가된 파바르 하위호환에 가깝다. 공수 어디서나 기본은 하는데 그 이상은 전혀 바랄 수 없는 무난한 타입이다. 

 

3. 미드필더

왼쪽부터 사프리트 싱 / 앙겔로 슈틸러 / 파울 빌

 

공격형 미드필더인 은 수준이 떨어진다곤 하나 호주 A리그 성인무대에서 2시즌이나 경기를 뛰다 스카우팅된 유망주이다.

그래서인지 경기를 읽는 능력이 다른 유스보다는 한 수 위에 있다는 느낌을 자주 보여주며 공격 작업을 전두지휘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자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피지컬측면에서는 특출남이 없어 혼자서 무언가를 창출해낼 능력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또한 여타 플레이메이커들이 그러듯이 지나치게 볼을 오래 소유하는 경향이 종종 드러난다.

 

슈틸러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주로 맡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이를 생각했을 때 패스, 시야, 침착성 등 여러 부분에서 상당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는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다.


다만 개인 탈압박 능력을 더 키워야 하고 수비 위치선정은 나쁘지 않지만 경합이나 볼 탈취능력은 미묘하다.

 

은 이미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다.

기본적으로는 중앙 미드필더지만 왼쪽 풀백도 겸할 수 있는 멀티자원인데다 탈압박, 패스, 시야, 수비력 등 여러 측면에서 당장 1부리그에 뛰어도 충분히 통할 정도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미 성장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인상을 받는 선수이기도 한데, 공격 지원능력은 매우 부족하고 볼을 직접 몰고 전진하는 능력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1군 진입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하지만 역할을 제한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만 맞춰줄 수 있는 중하위권 팀에서는 충분히 밥값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4. 공격수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정우영 / 올리버 바티스타 마이어 / 니콜라스 퀸 / 레온 다야쿠 / 얀피테 아르프 / 조슈아 지르크지

 

공격수는 바이언이 가장 적극적으로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포지션이다.

이는 최근 이적시장 시세가 폭등하면서 1군에서 검증된 공격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만 가능해져버렸기 때문인데, 아직까지 확실한 성과는 없다.

 

정우영은 좌우 윙어부터 최전방까지 전술에 따라선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는 선수다.

발이 굉장히 빠르고 드리블은 이미 유망주 레벨을 벗어난지 오래이기 때문에 3부리가 수준에서는 대놓고 돌격해도 매 경기 두 세차례 이상 수비가 무너질 정도.
돌파 이후 크로스나 컷백의 질도 괜찮은 편이라 상당한 공격포인트를 쌓고 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시에도 자신의 주력을 살린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의 후방빌드업을 답답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이런 정우영이 프라이부르크에서는 거의 나오지도 못한채 뮌헨 2군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이유는 드리블이 통하지 않는 경기에서는 거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 선수라는 점에 있다.

상대 수비 진형에 상관없이 항상 드리블 돌파를 선호하며 그게 통하지 않는 경기에서는 그저 측면에 고립되어 있을 뿐 경기에 거의 관여해주지 못하고 있다. 

 

 

바티스타 마이어는 근래 바이언 유스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다. 유스리그를 박살내고 월반하면서까지 빠르게 2군에 진입했으나 장기부상을 끊은 뒤로는 성장세가 살짝 주춤한 상태다.

 

지금의 마이어는 좋게 말하면 다재다능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성인무대 기준 무색무취한 선수다.

 

2선 위라면 어디서든 밥값은 해주며 전술 이해도와 위치선정이 좋아 다른 동료와 잘 녹아든다. 드리블, 패스, 크로스 등 기타 다른 측면에서도 전체적으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준수'할 뿐, 어느 면에서도 확실한 파괴력을 선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3부리가에서 뛰고 있음에도 그렇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1군에 합류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걸 알 수 있다.

 

 

은 아약스에서 겨울에 임대해 온 유망주로, 2019년 프리츠 발터 메달 U-19 금메달 수상자이다. 

 

저런 수상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 이래 그렇듯이 퀸이 보여주는 플레이는 확실히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볼을 잘 다루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을 중심으로 플레이를 이끌어가는 재능이 엿보이는 선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편린이 보일 뿐 당장 보여주는 평균적인 경기력은 다른 유망주와 비교해도 평이한 수준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뭔가 보여주려고 시도하다 흐름을 끊어먹는 경우도 적지 않은 편.

 

 

다야쿠는 주로 측면으로 기용되지만 윙어보다는 스트라이커의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선수다.

 

드리블은 평이한 수준이지만 종종 보여주는 순간적인 센스는 이 선수가 장래 어떻게 성장할 지 두근거리게 만들어 준다. 

 

단점은 마이어와 비슷하다. 아직까지는 확고한 자신만의 무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어느 위치를 자신의 장기로 삼을지를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프는 명성만 따지면 유스 중 압도적인 위치에 서 있는 선수다. 함부르크 시절부터 유명했던 선수며 U-17 월드컵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치며 스트라이커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 축구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경기를 보면 확실히 현대적인 스트라이커의 향기가 느껴지기는 한다.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수비가담도 열심히 해주고, 동료와의 연계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는 등의 모습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아르프가 아직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피지컬에 있다.

 

187cm라는 준수한 신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수와 몸싸움을 벌일때 안정적으로 버티기는 커녕 역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잦다. 이 때문에 종종 측면으로 기용되곤 하는 것.

 

베르너처럼 주력이 빠른 것도 아닌 아르프가 스트라이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피지컬 측면에서 크게 성장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지르크지는 프리시즌에서 모습을 잠깐 보인뒤 한동안 잠잠하다 전반기 막판 연달에 극장골을 터뜨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라선 유망주이다.

 

193cm의 큰 키를 잘 활용해 공중볼과 버티기에 능하다. 게다가 체격치고는 상당한 속도와 민첩성을 보유하고 있어서 단순한 타겟터 이상의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미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선수다. 터치 자체는 괜찮지만 볼을 받는 방향이나 움직임이 비효율적이라 상대 수비가 손쉽게 막아내는 경우가 잦다.

 

또한 경쟁자인 아르프와 비교했을 때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해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고립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5. 결론

이적료 폭등으로 인해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조차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영입, 기용하고 있는 상황이고 실제로도 과거에 비해 많은 유망주들이 빠르게 1군 경기장을 누비는 모습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쉽게도 아직 바이언 유스풀에서는 그 정도의 선수는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바이에른 뮌헨의 팀 사정을 고려하면 공격 자원들에게 조금 더 희망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유망주의 성장은 전문가들조차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예상을 깨고 재능을 만개하며 알리안츠 아레나를 누빌 선수가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그게 정우영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