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라이프치히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야기
라이프치히 2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단판 진행, 라이프치히 4강 진출)

라이프치히 공격
기본 포메이션은 3-4-2-1.
양 윙백인 라이머와 앙헬리뇨가 모두 높게 전진했지만 그 중에서도 앙헬리뇨의 비중이 좀 더 높았다.
은쿤쿠와 올모는 아틀레티코의 정적인 수비방식을 노리고 라인 사이에서 볼을 받기 위해 움직였다.
아틀레티코의 특성상 일단 3선을 넘어서 패스를 받게 되면 비록 위치가 위협적이지 않더라도 수비가 나와서 끊어내기보다는 미드필더를 내리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그리고 계획대로 미드필더가 끌려나오면 무리한 전진보다는 센터백이 전진해서 윙백과 함께 볼을 받아주며 틈을 노렸다.
이 때 아틀레티코가 올라온 센터백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미드필더가 라인을 벗어나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수비라인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올모까지 지원을 오면서 아틀레티코는 한 쪽 측면 수비에 시선이 모두 쏠리고 말았다.
게다가 요렌테와 코스타의 수비가담도 소극적인 수준에 그쳤기에 캄플과 자비처는 편안하게 볼을 순환시킬 수 있었다.
이렇듯 라이프치히는 이 날 아틀레티코의 최근 약점을 철저하게 공략해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원인이 아탈란타와 비슷한데 공격의 핵을 맡은 은쿤쿠와 올모가 전술적인 역할만을 겨우 충족할 뿐 그 이상을 전혀 해주지 못했기 때문. 베르너의 공백이 뼈아프게 다가왔을 라이프치히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
항상 하던대로의 4-4-2 두줄 수비를 구성했다.
그러나 코케의 기동성이 많이 떨어졌고, 파티를 대신한 에레라가 그 몫을 못해주면서 좌우 전환이 굉장히 느려졌다.
전성기때는 선수단이 하나의 벽이 된 채로 움직이면서 상대를 맞받아쳤다면 지금은 벽을 세워놨다 상대가 빈 틈으로 오면 그 때마다 벽돌을 빼서 새로 짓는다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갖춰진 상태에서의 견고함은 여전했고 라이프치히의 공격도 날카로움이 부족했기에 많은 찬스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아틀레티코 공격
4-4-2의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두되, 코케가 중앙으로 자주 내려오면서 사실상 우측면 공격은 트리피어의 오버래핑에만 의존했다.
공격루트는 별로 설명할 것도 없다. 카라스코 + 로디, 사울이 연계해서 돌파 → 크로스 끝.
저번 글에서 파리 생제르망의 공격이 네이마르 개인에게만 의존했다는 지적을 했었는데 오늘도 거의 똑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파리의 경우 잘 풀리지 않아서 효과를 보지 못했을 뿐 전방에 선수를 계속 올리면서 네이마르가 날뛸 공간을 만들어줬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카라스코를 지원하는 움직임도 부족했으며 카라스코 본인의 기량도 단독으로 수비를 부수기에는 한없이 부족했다.
결국 이 날 아틀레티코의 유의마한 공격은 세트피스, 교체 투입된 펠릭스의 단독 돌파 단 두 가지 뿐이었다.
라이프치히 수비
보는 내내 찬사가 나올 정도로 전술적인 짜임새가 너무나도 훌륭했다.
중앙에 위치하던 자비처가 카라스코를 견제하면서 자연스레 우측 미드필더 자리로 이동하고 라이머는 자연스레 자비처가 있던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메운다.
클로스터만은 더 전진해서 카라스코-로디로 이어지는 아틀레티코의 사실상 유일한 공격수단을 차단해버렸고 그 사이 앙헬리뇨가 포백 자리로 복귀하면서 자연스레 4-4-2 형태의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위와 같은 대응으로 인해 속공이 막혀버린 아틀레티코는 다시 볼을 후방으로 돌려야만 했는데 여기서 나겔스만의 준비가 한번 더 빛났다.
아틀레티코가 후방에서 볼을 돌리다 측면으로 전개하기 위해 풀백 혹은 측면 미드필더에게 볼을 전달하는 순간 전방에 위치한 4명 + 풀백이 해당 측면으로 압박을 가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압박에서 자유로운 반대쪽 센터백과 풀백에게 볼을 전환할 필요가 있었지만 아틀레티코의 수비수들은 그 정도로 발 밑이 좋지 못한데다, 후방 빌드업 체계 자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결국은 롱볼 위주로 풀어나가야 했지만 코스타가 우파메카노에게 압도당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전성기의 아틀레티코와는 다른 의미로 상대를 답답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수비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결론
나겔스만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경기. 전성기에서 내려왔다고는 하나 아틀레티코는 라이프치히보다 우위에 있는 팀이다.
그런 상대를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면서 팀을 창단 첫 4강으로 이끈 감독이 겨우 30대 초반... 미래가 정말로 기대되는 감독이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대세에 뒤쳐지기 시작했다는 현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축구 전술에 정답은 없다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전환 속도가 느린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반드시 라인을 끌어올리고 최전방부터 압박을 가하는 축구만이 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공수가 서로 바뀔 때 어떻게 상대를 방해하고 내가 준비한 축구를 선보일지 그 기초 구조를 탄탄히 갖춰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아틀레티코는 단단한 수비라는 개념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모든 요소가 제대로 망가져가고 있다.
시메오네는 다음 시즌에 반드시 무언가 달라진 점을 보여줘야한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다면 아틀레티코는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지금의 방식으로도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온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 안주했다간 언제 다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을테니.